호코치님의 이 글을 읽다가 '그렇다면 지난 10년 간 내가 홍보라는 일을 하며 겪은 일 중 가장 크게 변한 일은 무엇일까?'를 생각해 봤습니다.

글쎄, 생각해 보면 변한 일들이 많이 있겠지만 얼른 떠오르는 일은 보도자료 배포 방식의 변화인 것 같습니다. 어떻게 변했을까요?

꼬날이가 처음 홍보를 시작했던 1998년에는 지금 생각해보면 웃음이 나올 지도 모르겠지만, 보도자료를 직접 들고 기자를 찾아가는 일도 흔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회사 봉투에 프린트한 보도자료를 넣은 후 각 신문사를 찾아가 기자분들을 만나서 자료를 전달했었습니다.

가장 흔하게 쓰이는 방법은 팩스였습니다. 그래서 보도자료 '양식'이라는 것이 매우 중요했던 것 같습니다. 팩스로 넣기 편하게 되도록 A4용지 한 분량에 인쇄되도 보기 좋은 크기의 폰트를 사용했던 이유이기도 했습니다. 이메일로 보도자료를 발송하고 나면 반드시 '팩스로 한 번 더 넣어달라'는 요청을 하는 기자분들도 적지 않았습니다.

그러다가 어느 순간부터 서서히 이메일로 보도자료를 받겠다는 기자분들이 늘어나기 시작했습니다. 99년과 2000년을 넘어가면서 부터였을 것 같네요. 그렇지만 이메일에 용량이 큰 파일을 첨부하는 것은 금물인 시기가 바로 이 시기였습니다. '첨부한 파일의 용량이 커서 PC가 다운됐다'라던가 '다른 사람들이 인터넷을 사용할 수가 없다' 같은 이야기들이 오고 가던 시기이죠. 한메일에서 주는 메일 공간이 2MB던가? 하던 시기이니 이런 얘기가 오가는 것이 무리는 아니었던 것 같습니다.

이 시기에 이르러 '보도자료 양식의 중요성'이 허물어지기 시작했던 것도 같습니다. 어쩌면 꼬날이만의 생각일지는 모르겠지만요. 기자분들 중 '보도자료 양식 같은 거 다 필요없다. 제발 텍스트만 긁어서 이메일에 붙여 보내다오'라고 요구하는 분들이 늘어나기 시작했었거든요. 어느 순간 부터 팩스를 사용하는 곳은 사라졌습니다.

이메일로 보도자료를 보내기 시작하면서부터는 '보도자료 양식'이 중요했던 이전과 달리 '보도자료 제목'이 더욱 더 중요해지기 시작했던 것 같습니다. 아무래도 메일 제목을 보고 메일을 열어보게 되기 때문이었겠죠?

이후 이메일 용량이 점점 커지고 이메일이 일반화되면서 오늘에 이르고 있습니다. 사실 요즘엔 이메일도 안 쓰고 그냥 메신저에 보도자료를 첨부해서 전달하기도 하고, 메신저 창에 보도자료 내용을 긁어서 붙여 보여드리기도 하고 그런답니다.

웃긴 얘기 하나.  보도자료를 직접 전달하던 시절, 꼬날이가 하루는 스포츠신문사를 순방하고 있었습니다. 제일 먼저 일간 스포츠에 들렀는데 보도자료 봉투를 열어 본 기자분 왈
"머에요 머~  황기자는 스포츠서울 기자거든요?  여긴 일간 스포츠사구요!" 하시더군요.

ㅡ.ㅡ  요즘 같으면 이메일 내용 속의 이름을 바꾸지 않고 이메일 주소만 바꿔 보낸 실수와 비슷한 실수려나요?  아뭏든 그 일 덕분에 그 때 그 일간 스포츠 기자분하고는 요즘도 잘 연락하며 지내고 있긴 합니다만, 그 당시에는 땀이 삐질 흘렀던 사건 이었더랍니다.  헐~

아뭏든 그리 오래되지도 않은 10년 전의 일인데도 마치 호랑이 담배 피우던 시절의 이야기 같이 옛날 옛적 이야기 같이 느껴지지 않으시나요?  요즘 같은 속보 전쟁 시절에 보도자료를 직접 배달하는 상상할 수도 없는 일이겠지요?
profile image

태터앤컴퍼니의 꼬날입니다. 음악과 블로그, 회사 다니기를 즐깁니다. 조카 승준이와 놀아줄 때와 맛있는 떡볶이 먹을 때, 멋진 음악을 라이브로 들을 때가 가장 행복합니다. 프로필 사진 속의 남자는 좋아하는 대만 배우인 언승욱(Jerry Yan)입니다. :-)